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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

조정치


사진 출처: Esthero님의 네이버 블로그


  2010년 조정치 1집 [미성년 연애사]가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로 기억한다.

  (겨울인 줄 알았는데 여름이다)

  홍대 속 작은공간 유어마인드에서 조정치 공연이 있었다. 스무명 남짓한 관객, 연주자는 조정치 본인의 기타 한대와 목소리. 엠프는 없었다. 책을 진열했던 공간을 치워서 마련된 작은 공연장이었다. 스테이지 같은 게 있을리 없었다. 앨범 발매 당시 음원서비스로 노래를 찾아 들었던 나는 그의 라이브가 보고 싶어졌고, 때마침 작은 규모의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운좋게 티켓을 구매해 당시 여자친구와 함께 보러갈 수 있었다.


  공연시간에 맞춰 등장한 그는 많이 빨아서 바랜 것 같은 녹색 PK티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작은 눈에 힘없이 졸린 목소리는 보는 나도 졸립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이윽고 벽에 세워둔 기타를 잡은 그는 나즈막히 공연을 시작했다. 셋리스트는 (당연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1집에 실린 순서대로 불렀지 싶지만 확실치 않다.




미성년 연애사(美成年 戀愛史)

아티스트
조정치
타이틀곡
사랑은 한 잔의 소주
발매
2010.07.15
앨범듣기

조정치 1집 [미성년 연애사]



당시 공연 포스터(라기보단 예매 관련 포스터)

사진을 눌러보세요



  음원으로 듣는 것보다 그의 목소리는 갸냘펐고 그만큼 깊게 파고드는 울림이 있었다. 좋았다. 엠프도 마이크도 없는 생목소리에 통기타 반주가 전부였지만 그래서 더 그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 비울수록 본질에 가까워진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이날의 공연이 나에겐 그러했다. 그리고 아마 당시 여자친구도 그러했던 것 같다. 이날 이후 수록곡인 "달려가"를 꽤 오랫동안 벨소리로 지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조정치 1집 수록곡 '달려가'

사실 나는 타이틀 곡이었던 '잘 지내'를 더 좋아한다.



  1년 후였나 한번 더 그의 공연을 갔던 기억이 있다. KBS라디오 PD이자 앨범을 내기도 한 뮤지션인 곰PD와의 합동 공연이었다. 지금은 없어진 홍대 숲의 큐브릭에서. 그 때도 관객이 채 20명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 1/3 정도는 두 아티스트의 지인, 곰PD 노래 가창을 위해 대기 타던 홍대 아티스트들 정도 --; 기억나는 건 세랭게티 유정균, 하찌와TJ의 조태준... 그리고 공연 막바지에 구경 온 정인? 조정치나 곰PD나 독자적인 '뮤지션'으로 그렇게 인기가 많았던 건 아니었으니까. 공연 후에 다가가 아는 체를 하니 기억한다며 '근데 뭐하는 분이세요?'라고 물었을 때 나도 딱히 할말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공연 포스터



  사실 그가 요즘처럼 유명해지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게다가 개그코드라니. 힘빠지게 말하는 모습이 그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느껴진 건 사실이지마 이 정도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무한도전> 덕분인건지 아니면 원래 그가 가진 모습이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온건지. 뭐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여튼 조정치는 이제 유명한 '연예인'으로 발돋움 중이란 거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건 아니건.


  사실 조정치는 그전부터 꽤 유명했다. 음악인들 사이에서. 장필순 이적 강산에 등 굵직굵직한 뮤지션들의 고정 기타세션이었고 공연 때 늘 함께했다(고 한다. 나도 안봐서 몰라). 록부터 포크까지 다양한 장르 음악을 연주해 온 연주가이기에 그의 솔로 앨범은 어떨까 싶은데, 의외로 소박한 포크다. 게다가 연주자 출신치고는 화려하지 않은 통기타 연주다. 어렵지 않고 쉽게 들린다. 보컬톤을 중요시 여기는 리스너라면 심심하게 들리겠지만, 그런 부분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면 듣는 맛이 있다. 수록곡 중 '사랑은 한잔의 소주' 같은 경우는 편곡에서 오는 은근한 "뽕삘"이 맛깔나게 들린다.


  조정치의 얇은 목소리가 오히려 가사와 잘 어우러지며 그만의 감성을 만들어냈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그래서 더 나같이 평범한 사람에게 콕콕 박힌다. 근래 나온 2집 [유작] 같은 경우는 1집보다 더 담백하다. 더 비워냈다. 메이트(Mate) 정준일이 보컬을 대신한 타이틀 곡 '겨울이 오면'에서 정준일의 가창이 새삼 돋보이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유작

아티스트
조정치
타이틀곡
겨울이 오면
발매
2013.01.30
앨범듣기





  2집은 정준일 뿐만 아니라 뜨거운감자의 김C도 '나의 허세'라는 곡에 가창으로 참여했는데, 곡을 쓰고 가삿말을 붙이는 것 뿐 아닌 곡에 잘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아내는 솜씨도 새삼스럽다. 원래부터 정준일의 곡 김C의 곡이었던 것처럼, 하지만 조정치 곡 특유의 감성을 잃지 않게 한 편곡 솜씨도. 나중에 현 소속사 사장 윤종신처럼 <월간 조정치>를 만들게 되면 어떨까.. 윤종신 못지않게 곡 색깔을 잘 입힐 수 있는 보컬을 찾아낼 것 같다. (조정치는 윤종신, 하림과 함께 프로젝트 밴드 '신치림'를 결성해 활동한 이래 소속사도 윤종신이 사장으로 있는 미스틱89로 옮겼다 한다)


  기타를 처음 가르쳐 준 군대 직속 후임은 학창시절 조정치에게 기타를 배웠다고 한다. 짜증날 정도로 기타를 잘쳤다고 한다. 일렉기타의 경우 기타마다 각자의 톤이 있는데, 조정치는 그거에 상관없이 기가 막힐 정도로 기타 톤을 잘 뽑아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번 시범을 보여주면서 힘없는 목소리로 똑같이 해보라고 기타를 던져줬다며 --;


  참 좋은 곡들을 만들어내는 '아티스트' 조정치지만 근래 마냥 예능적 요소로 부각되는 것 같아 아쉽긴 하다. 뭐 요즘같이 복합콘텐츠가 만연한 세상에 예능을 통해 자신의 음악을 알리는 게 나쁜건 아니니까. 부활도 그랬고, 윤종신도 그랬고. 지난주부터 <우리 결혼했어요>에 실제 연인인 가수 정인과 가상 결혼생활을 시작했다는데, 카메라로 비쳐지는 그의 일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의 음악이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정치 (가수, 기타리스트)

* 필모그라피

2집 [유작] (2013)
1집 [미성년 연애사] (2010)

* 기타

신치림 1집 [episode 01 여행] (2012)

친목도모 1집 [친목도모] (2012) (---> '그린치즈'에서 팀네임 변경)

그린치즈 1집 [Green Cheese]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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